철인(鐵人)이 철인(哲人)되어
-새롭고 새롭게 우리의 곁에 있을 그들을 위한 소묘-
저 멀리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군상들 ---
태초의 시원(始原)이 무엇이냐 한들
오늘 무엇을 위해 이곳에 섰느냐?
가는 곳이 어디냐 한들
왜, 무엇을 위해 무슨 허접(虛接)한 일을 했느냐?
물어물어 속이 시원하더냐?
인생 시종은 4書3經에서나 찾아보는 것
어느 날 그러 그렇게 시작한 거
나름의 내심은 있으련만
나름의 외연(外延)을 입히지 않으련다.
오늘이 있어 내일이 있고
물음이 있어 답이 존재한다만
그것을 물어 무엇 하리
철인은 철문을 박차고 나뒹굴어
그거면 충분하지 않으리.
나름의 철리(哲理)는 오롯하나
흐려지면서도 오묘한 가늠자를 재며
자신의 옹골진 골짜기에
수놓으려는 잔잔한 작업을
언제까지 이어갈거나.
부러지고 부서진 삶의 회오리를 가슴에 안고
남들이 부르는 희미한 언저리를 더듬으면서
하루하루 이어진 철인(哲人)의 발자국은 깊어져
이젠 깊이를 알 수 없는 투명의 허공에서
형체도 없이 맴돌고 있지 않은가.
때로는
저 멀리 일렁이는 나뭇잎에도 기대고
저 도도히 솟구치는 연파(沿派)에도 기대고
구름 저어 달빛 월광(月光)에 속을 내보이며
흐르는 시각을 더듬어 잡아 당겨 보고
비인간(非人間) 별유천지(別有天地)에 존재하나 싶다.
하루의 해는 하루에 존재하고
철인의 존재는 철저한 준비에 존재한다.
오늘의 만족은 내일의 고통이 된다.
그릇은 채워지지 않지만
인간은 채워졌다고 좋아한다.
만물은 사유의 그릇 속에서 맴돌고
그 내심은 보이지 않는 법
시작이 미미하다고
시작이 작고 작아
언제 저 군상들과 어께를 견줄까?
사유의 그릇은 채워지지 않는 법
이런 사념은 자신의 심연 속에서 잠재우고
우리의 품에서 헛 놀지라도
우리의 그릇에 함께 채워가는 지혜를
한 해를 마감하면서---
元岩 이명준 올림
작성일 : 14-11-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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