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는... 2011년 봄... 큰 사고 이후 이렇다할 운동을 제대로 못한채
3종을 접을 생각까지 하고...
겨우 관광수영정도만 하며 비실비실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작년 요맘때였을까..
수영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기형과 인사를 나누다

" 너 그렇게 부상핑계로 시합 안나가면 영영 시합 못뛴다" 라는 말에 충격받아
별 준비없이 얼떨결에 참가했던 작년 여주 은총이 대회..

싸이클 후반부에서 신은정이에게 따이며.. 

남들 다들 2시간 2~30분대에 들어올때
혼자서 3시간 6분의 저조한 기록으로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리고... 정신못차리고 있다가
마침 사업이 휘청하여 아무런 시합도 출전 못한채 그대로 작년시즌을 접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사업은 사업이고 운동은 운동이다 싶어서 올해 다시 정신차리고 운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코스라 많이 긴장이 되더군요..

그렇게 날이 밝아오는모습을 보며 시합장으로 향했습니다.

예상보다 시합장이 멀어 시간여유없이 촉박하게 시합을 준비했습니다...



[수영]

그나마 3종중에 쫌 나은 종목이라 큰 부담없이 입수 했습니다.

수온은 적당했으나 물은 예상보다 훨씬 탁하더군요.

출전인원이 그리 많지 않아 초반 혼전이 별로 없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 인원이 동시 출발하는 바람에 스타트에서 예상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 했습니다.

그래서 였는지 초반에 호흡이 안트여서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만
1랩 후반부부터 호흡이 트이고 2랩째 강따라 흘러 내려가는 타이밍에서 많이 따라 잡아서

대략 앞에서 20명정도로 나왔으나 의외로기록은 별볼일 없었습니다. (28분대)


[사이클]

수영기록에 실망할 겨를도 없이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슬리퍼로 갈아신고 한5~60미터 달렸으려나... ^^

제 바로 앞에 나오신 승연누나는 벌써 출발하시고...
역시나 수트벗는게 많이 힘이 듭니다..정신없이 사이클을 챙겨서 출발...

이미지 트레이닝 했던대로...
페달링을 하며 사이클화를 조이고... 파워젤을 하나 짜 먹은후 본격적으로 밟아 봅니다.

앞에 웬 여자가 한명 있길래 시작부터 한명 추월....
"헉... 승연이 누나닷!!"

그후 계속 승연이 누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심히 밟았습니다.
역시 누나는 진짜 잘 타시더군요....

제가 진짜 온힘을 다해 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아무 느낌없이 슉슉슉....
치고 나가는 승연누나의 뒷모습은 작지만 너무 크게 느껴지셨습니다...

그렇게 누나 덕분에 진짜 죽어라 페달링을 해서 시합내내 최선을 다해 밟았고
누나 바로 앞에서 사이클을 타고 들어올수 있었습니다.  ( 바꿈터 포함 1시간 7분대)


[마라톤]

문제는 마라톤에서 였습니다.

제가 먼저 바꿈터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운동화 신고있는데 벌써 승연이 누나는 달려 나가시더군요.... 헉...

그바람에 마음이 급해져서 운동화 매듭도 잘 안매지고... 바이져도 막 잘 안써지고.. ㅠㅠ
허둥지둥 젤 하나 챙겨서 출발...

저~~~ 멀리 사뿐사뿐 한마리 사슴처럼 달려가고 계신 승연누나가 보이는데
내 다리는 천근만근...

시작부터 허벅지에 쥐가 나기시작하며 발이 안떨어지는겁니다.
아... 싸이클에서 너무 많은 힘을 썼구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더군요...

반바퀴 도는데 벌써 성배와 신은정이가 달리기 시작하는게 보였습니다.
한랩을 돌고 나니 왼쪽 허벅지에 너무 쥐가 나서 잔디밭에 누워서 양 허벅지를 흔들어 털며 회복을 해보려했으나

그럴수록 다리가 막 오그라들며 미치겠더군요...
무릎보호대가 문제인가 싶어서 벗어서 집어 던져버렸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쥐가 나서 못뛰니... 막.. 화가 나는거지 뭡니까...
무릎보호대를 버리고나서 다시 조곤조곤 뛰었습니다...

결국 두번째 랩에서 성배에게 잡히고...
세번째 랩에서는 승연누나랑 한바퀴 차이가 나더군요...

너무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이 악물고 걷다뛰다를 반복했습니다...

순환코스라
저 멀리 있던 제 경쟁상대 - 신은정이-가 점점 가까워 오는게 한눈에 훤히 보이는데
발이 땅에서 안떨어지니 거참... 속이 터저 죽겠더군요...

그렇게 제 평생 10킬로 런 기록중 최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바꿈터 포함 1시간 18분)
토탈 2시간 55분대의 기록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3시간 안에 들어오겠다는 목표를 이룬 뜻깊은 대회였습니다



[에필로그]

영기형과 형준이 , 그리고 라이벌 신은정이 덕분에
사이클이 많이 늘어서 정말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승연이 누나가
사이클 초반에 살살 가고, 사이클 들어올때 살살 들어온 이유를 런을 뛰면서 그제서야 알수 있었습니다....
경기 운영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신 누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시합때엔 반드시 누나처럼 살살 다리를 풀어주며 사이클을 시작하고 ,
부드러운 페달링으로 런을 준비하며 들어오겠습니다.

런에서 그지경으로 걷지만 않았더라면
좀더 좋은기록을 낼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에 많이 아쉽습니다만

다음 대회를 위해 무엇을 더 준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수있게 되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저는 이런 즐거움을 알게 해준 텐언더가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텐언더 화이팅!!!